‘홍보만 있고, 소통은 없다’
‘홍보만 있고, 소통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과 국정 소통 방식을 압축한 평가다. 치적이나 성과 마케팅엔 올인하고, 기자회견·토론 등 쌍방향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담화로 일관하는 현상을 지목한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국정으로부터 분리된 방관자나 통제·동원 대상으로 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조작의 정치’가 현 정부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 속에서 언론은 정부의 프리즘을 통해 걸러진 홍보물을 배달하는 수단 정도로 취급되는 양상이다. 소통 부족의 촛불 위기를 거친 뒤에도 ‘성과주의·밀어붙이기’가 심화되는 국정방식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정 정치의 시계는 과거로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삼호 주얼리호 인질구출 작전 과잉 홍보는 ‘상징 조작’의 단적인 사례다. 29일 밤 석해균 선장은 ‘영웅’으로 귀환했지만, 의식도 없이 사경을 헤매는 그는 언론의 경쟁적 플래시 세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초 28일 정부의 공개 방침에 대해 “생명이 위태로운데 플래시를 받아도 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개를 취소했다가, 밤 늦게 “멀리서라도 찍게 하겠다”며 최종 공개를 결정했다. 정부의 홍보 의도속에 언론은 지나친 보도경쟁에 나서고 정부는 이를 조장하는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말리아 해적 진압 및 삼호주얼리호 구출과 관련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아덴만의 여명’으로 이름 붙여진 구출작전 성공 직후 이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뒤이어 군사 비전문가인 대통령이 구출작전을 진두지휘했다는 믿기 힘든 청와대의 홍보성 설명도 뒤따랐다. 구출작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때 전쟁기념관에서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하던 게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이같은 홍보 과정에서 군의 세부 작전내용, 장비, 연합군과의 협조, 동영상 등 군사기밀이 속속 공개되면서 ‘아덴만 마케팅’ 의혹은 논란으로 번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군의 작전 내용은 홍보 수단이 아니다”(홍준표 최고위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인질구출 작전 이전 청해부대의 교육훈련 사진을 구출작전 성공후 특수전 요원들의 사진이라고 공개한 것은 상징 조작의 극점으로 지적됐다. 해적들의 국내 이송 처벌도 흔치 않은 선택이란 점에서 결국 설 연휴 대화상을 다시 구출작전 이야기로 덮어보자는 전시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알리고 선전하고 싶은 것에 대해선 원칙 무시는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도 이에 발 맞춰 경쟁적으로 영웅 만들기에 나서며 춤추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들과 소통해야 할 무대 역시 ‘일방 통행’으로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설 연후 직전인 2월 1일 예정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좌담회는 그 단면이다. 청와대가 대담자 선정과 방송 대본 작성까지 직접 주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청와대 ‘기획·대본·연출’로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전 방송을 통해 일방 주입하겠다는 것이다.
연세대 강상현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프로그램도 방송 3사가 동시에 하면 난리인데, 청와대가 프로그램을 잡아놓고 모든 것을 하는 식의 방송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상 껄끄러운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식의 ‘언론 기피증’은 해묵은 것이다.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아예 사라졌다. 신년연설도 3년째 이 대통령이 정리된 원고만 읽는 것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이후 모두 14차례 기자회견과 담화 발표가 있었지만, 이중 질의응답이 이뤄진 것은 촛불집회 관련 특별회견을 빼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자랑하는 3차례 기자회견 외엔 전무했다.
그나마 질문도 G20 등으로 제한하고, 사전에 질문을 선정하는 등 통제하면서 실제 중요한 현안에 대한 대화는 일절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에만 27차례 언론과 일문일답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2008년 10월 시작 당시부터 “일방적 의견 방송”이라고 비판이 컸던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지난 24일 구제역 관련 연설까지 57회를 이어왔다.
근본적 원인은 결국 정부와 정권 주류들의 대국민 소통이나 언론에 대한 낡은 ‘인식’, 즉 리더십의 문제다. 국민은 국정의 홍보 대상일 뿐 실질적 주체, 참여자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 같은 상징 조작성 홍보나 여론몰이가 통할 것이란 판단이다.
단국대 김평호 교수(언론영상학부)는 “리더의 자질은 공은 밑에 돌리고 과는 자신이 가져야하는데 그런 자질이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 인물들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회사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히 초보적이고 유치하다. 상징조작이나 선전을 하면 국민들이 인정하고 호응해준다고 생각하는 낮은 수준의 판단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젠 믿지 않는 국정지지율 50%의 허상이나 홍보와 같은 씁쓸함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태도가 국정을 더욱 현실과 유리시키고, 국민과의 괴리를 크게 한다는 점이다. 점점 우리사회의 문제가 안으로 곪아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당장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유례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라고 우려한 구제역 문제나 심각한 물가 상황 등은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국정의 우선순위에선 사라진 모습이다. 결국 상징조작의 정치는 정부를 견제하고, 정치를 드러내는 민주주의 원리에 에러를 만드는 바이러스와도 같은 셈이다.
강상현 교수는 “지금은 국민 수준이 높아서 대통령의 이미지 강화를 위해서 좋은 사건은 이용하려 하고, 국가적 불행이 있으면 숨어서 안 하려고 하는 이런 식의 여론조작엔 왔다갔다 하지 않는다. (정부가) 잘 새겨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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