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캤습니다.
5월말에나 심은 고구마를 서둘러 일찍 캤습니다.
고구마를 캐고 있는 동안 우리집 옆을 지나다니는 어르신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벌써 고구마를 캐?? 너무 빠르지 않아?? 밑이 이제 한참 들고 있는데..."
고구마는 보통 10월 말이나 11월 초순에 캡니다만,
전 서둘러서 캤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얼른 캐 내고 그 자리에 시금치를 뿌리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11월에 고구마를 캐고 그 자리에 시금치를 뿌렸더니,
다음해 봄이 되어서야 시금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해서...
이번에는 한 달 빨리 캐고 한 달 빨리 시금치를 뿌린다면
겨우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입니다.
시금치의 맛은 한겨울의 시금치가 최고 아닌가요??
빠알간 뿌리 부분까지 손질해서 나물해 먹는 겨울 시금치는 정말 달짝지근하거든요!!
먼저, 고구마 순을 칩니다(뜯어냈니다).
그리고.. 고구마 순을 다 친 다음 고구마 순들은 이렇게 담에 기대어 쌓았습니다.
집에서 나온 풀들을 계분이랑 섞어서 퇴비를 만들고자 함입니다.
드뎌....고구마를 캡니다.
얼마나 많이 나올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합니다.
부지런히 호미로 양쪽의 이랑 가장자리를 긁어내고 다음은 이랑의 중앙을 공략하는 순서대로
이랑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내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두근거림은 탄식으로 바뀝니다.
고구마 농사를 망쳤습니다.
고구마 순이 많이 죽어 있었고, 있는 순마저도 밑을 만들지 못하고
뿌리만 덩그러니 꽃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몇 개 달린 고구마도 굼벵이에 군데군데 까맣게 흠집이 생겨있거나
둥그렇고 토실토실한 모양이 아닌 길쭉한 쭉정이 같은 모습입니다.
눈물이 나옵니다.
한 해 농사를 망쳤습니다.
어떻게 또 일년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첨엔 퇴비를 적게 뿌렸거나
가뭄에 잎이 말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연작이었습니다.
내리 3년째 같은 장소에다 고구마를 심어서
괴질에 걸려 고구마가 병 걸려 죽거나
죽지는 않았어도 밑을 만들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수년째 시골에서
주말마다 농사 짓고 있는 형에게 물어 확인했습니다.
지인들에게 한 박스씩 선물하려던 계획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내년에는 ... 반드시 성공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지인들에게 꼭 토실토실한 고구마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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